▶ 권오만씨가 직원들과 함께 천방산에서 산양삼(장뇌삼)을 캐고 있다. 김방현 기자 |
그가 천방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 부친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하고 나서다. 산세가 험한 천방산의 부친 묘를 자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특수작물을 길러보기로 했다. 강원도 삼척의 한 인삼 재배농가에서 60만원을 주고 장뇌삼씨 500g을 사다가 천방산 자락 1000여 평에 뿌렸다. 그러고 나서 그는 13년 동안 사업 때문에 씨 뿌린 사실을 잊고 있었다.
95년 우연히 천방산을 찾았다가 과거 자신이 뿌려두었던 삼씨가 싹을 틔워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. 12년 된 장뇌삼 10여 뿌리를 캐서 주변 사람들에게 300만~500만원씩을 받고 팔았다. 산에서 키운 삼이라고 하자 "효과가 산삼에 버금갈 것"이라며 너도나도 사겠다고 나섰다. 횡재한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. 삼 재배에 전념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. 그는 천방산에 집을 짓고 종중 소유의 천방산 일대에 삼씨를 심었다.
96년부터 판교면 일대 농가들에도 삼 재배를 권했다. 여러 농민이 함께 재배해 단지를 이루면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. 그는 재배를 원하는 농민들에게 삼씨도 나눠주고 기르는 방법도 알려주었다. 그 결과 20여 농가가 참여했다. 권씨는 4년 전 이들 농가와 함께 작목반(산지자원개발연구회)을 만들었다. 권씨를 제외한 나머지 농가는 천방산과 그 주변에 1000~4만 평 규모의 삼밭을 갖고 있다. 천방산 일대는 응달이 많은 데다 호수를 끼고 있어 습도가 적당히 유지돼 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.
권씨는 "삼은 특별한 영농기술이 없어도 재배할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이라는 점을 농민들에게 알렸다"고 말했다. 그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뇌삼을 제약회사 등에 납품했고 지난해에는 가을철 삼 수확기에 맞춰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. 관광객이 직접 캔 삼을 뿌리당 10만~15만원씩 현장에서 팔았다. 또 삼값만 받고 삼계탕도 끓여주었다.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적중, 지난 한 해 동안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. 작목반 농가 가운데 세 농가는 지난해 5000만~6000만원어치의 삼을 팔았다. 041-951-3349.
◆ 장뇌삼=장뇌삼씨를 산에 파종해 기른 것을 말한다. 산에서 자생한 산삼보다 뇌두(뿌리와 줄기 사이 마디)가 길다고 해서 붙여졌다. 장뇌삼은 산림 속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자연 그대로 자라게 한 뒤 8년근 이상돼야 수확한다.
서천=김방현 기자<kbhkk@joongang.co.kr>